철학이나 인문학을 자주 접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소기업이나 창업기업 대표들을 만나다 보면 드는 생각 중에 프란시스 베이컨이 이야기한 4가지 우산 중에 <동굴의 우상>이 생각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동굴의 우상>은 많이 접한 용어라 다들 아시겠지만 개인의 경험과 처한 환경에 따라서 진실이 왜곡될 수 있는 부분을 지적한 것인데요. 동굴 속에 있는 사람은 바깥 세상을 오직 동굴벽면에 비친 그림자만으로 인식하는 것을 빗대어 자기 경험에 입각한 편향에 치우쳐 진실을 바로 보지 못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이게 마케팅이랑 무슨 상관이냐구요?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 내용을 들어보면 이렇습니다.
TV를 누가 본다고 그래. 마케팅은 무조건 유튜브나 인스타야. 숏폼도 요새 뜨고 있지. 많이 보는 매체가 마케팅 효과도 가장 좋다고!
딱 맞는 말인 거 같죠. "그래. 나도 TV 많이 안보잖아. 유튜브를 주로 보지. TV는 효과가 없어"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근데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들지 않을까요? 그
렇게 효과가 없는데 왜 우리나라 굴지의 기업들은 TV광고를 계속 고집하고 있을까요?
뭘 몰라서? 관행적으로 하는 걸까요?
대기업들이니까 돈이 많아서 한다고요? 부자들이 더 돈 쓰는데 정확하고 효율적인 법입니다. 근
데 왜 그러는 걸까요?
이거 기억하시나요?
요즘 넷플 머봄?
넷플릭스가 새로운 신작이나 유행하는 콘텐츠가 나올 때마다 보내는 TV광고죠.
넷플릭스는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대한민국에서 안보는 사람 찾기 어렵다는 OTT플랫폼이죠.
넷플릭스 신작 이야기를 빼고서는 콘텐츠이야기 꺼내기도 어렵다고들 하는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넷플릭스가 강력한 자사 플랫폼에 신작 홍보나 클립을 올리면 모든 사람들이 다 볼 텐데 굳이 큰돈 들여서 TV광고를 열심히 하는 이유는 뭘까요?
왜 마케팅툴로는 한물간 TV에 광고를 빼놓지 않고 많은 돈을 들여서 하는 걸까요?
인터넷 기반의과 맞춤형 콘텐츠로 철저한 개인화와 타깃 지향의 선구주자인 최첨단 기업 넷플릭스가 왜 그러는 걸까요?
어. 그러고 보니 유튜브도 유튜브 뮤직이나 프리미엄 광고를 TV에서 했던 거 같은데.
이미 마케팅으로 한물간 TV를 왜 집행하는 걸까요?
궁금하지 않으세요?
잘 찾아보면 애플도 끊임없이 TV광고를 합니다.
요새 알리익스프레스도 TV광고로 도배질을 하고 있죠.
이제 유튜브와 인스타 세상이라는데,
아직도 TV광고를 하는 초거대기업들의 이유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모든 마케팅은 목표와 목적이 있습니다.
위 기업들의 공통점은 안 해본 마케팅이 없는 소위 '마케팅의 선수들'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시기에 어떤 마케팅을 해야 할지, 리드는 어떻게 뽑아야 하고, 전략과 콘셉트는 어떻게 가져가며, 누구를 대상으로, 어느 단계에서 어느 매체를 활용해야 하는지를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기업들입니다.
이들이 굳이 TV광고를 마케팅에 이용하는 이유는 위 기업들의 성장에서 필요한 명확한 마케팅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에 TV가 최적이라는 경험과 데이터에 근거해서 판단하기 때문이죠.
유행을 좇기보다는 마케팅의 효과와 효율을 성과목표에 기반하여 집행하고 운영하는 것이 위 기업들이 잘하는 일입니다.
잘하는 사람들의 성공모델들은 나와 목표가 같다면, 목적이 유사하다면 모두 배우고 익혀야죠.
아시다시피, 마케팅은 고객을 확보하는 전쟁입니다.
보통 마케팅을 전쟁에 비유합니다.
한정된 자원으로 내가 통제 못하는 요소들을 포함해서 시장의 움직임과 우리 기업이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내서 시장을 쟁취하거나, 숨어있던 신대륙을 발견하거나 하면서 성장을 도모합니다.
한정된 자원을 사용하기에 천, 지, 인, 장, 법이라는 손자병법의 요소들을 고려하기에 너무 흡사한 것이죠.
시장의 흐름을 타야 하고 (하늘 천), 우리 기업에 유리한 형세와 시장구조를 파악해야 하고 (땅 지), 사람들의 관심과 로열티를 획득해야 하며 (사람 인), 자사의 사람들을 적시에 활용해야 하고, (장수 장), 규제와 법규 등 룰에 따라야 (법 법) 하는 것은 경영과 마케팅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쟁을 치를 때는 반드시 전쟁의 목표가 있고, 대상이 있으며, 위 5가지 흐름이 어우러져 승기를 획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케팅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장의 흐름을 보고 시장구조와 경쟁시장을 파악하며, 우리가 획득할 목표 고객과 이들의 관심을 우리 것으로 만들어내며, 뛰어난 인재들을 통해 법규 안에서 상대와 싸워 이겨야 하는 것이죠.
TV가 가진 마케팅의 힘은 <시장의 확장>입니다.
TV를 마케팅 툴로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인터넷시대에서도 꼭 필요한 것을 TV가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통상 인터넷 사용자들은 그것이 유튜브든, 게임이든, 인스타그램이든, 블로그든, 네이버든 간에 반복을 지속하는 고객층입니다. 즉, 타깃의 범위가 한정되어 있고, 따라서 일정 수준의 노출이나 인지도가 생기게 되면 노출의 반복 횟수는 증가하지만, 주변으로 확산이 되지 않습니다. 소위 'Heavy User'들이 판치고 있는 세상이죠. 특정 인플루언서나, 특정 콘텐츠나, 자신의 기호에 맞는 한정된 주제와 토픽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해당 인터넷 채널이 가지고 있는 타깃으로 접근할 경우 일정 수준이상으로 사용자 층이 확산되지 않습니다.
반면에 TV는 전통적인 'Light User'들이 판치는 세상입니다. 특정프로그램에 팬층을 형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보편적인 내용으로 인터넷의 개별 채널보다 타깃층이 훨씬 더 넓고 관심이 다양합니다. 그래서 TV를 마케팅 툴로 활용하는 기업들은 많은 이유 중에서도 <고객층의 확산 및 확장>이 주요 목표입니다.
그래서 <넷플릭스>도 TV로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신규 콘텐츠 홍보와 사용자 습관 형성을 위해서 TV 광고를 선택한 이유도, 유튜브가 프리미엄 구독자 광고를 TV로 하는 이유도, 삼성전자, 현대차가 1위이면서도 TV 광고를 멈추지 않는 이유도, 모두 <새로운 고객으로의 확장>을 할 때 'Light User'가 가득한 TV를 선택하는 것이 어느 매체에 광고를 집행하는 것보다도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인터넷 기업, 대기업만 그럴까요? 주변을 살펴보면 성장의 정체에 이른 많은 중소기업들이 TV광고를 통해 시장을 크게 확장한 사례는 끊임없습니다. 중소화장품 기업으로 시작했던 AHC가 TV광고를 통해 수천억 원대의 기업가치로 성장해서 로레알에 매각된 점이나, 기초화장품계의 전설인 가히는 TV광고를 통해 성장할 수 있었고, 수많은 이름도 모르던 벤처기업과 중소기업들이 TV를 활용하여서 소위 PLC(product life cycle) 상의 캐즘(초기 창업 이후 성장이 정체되어 메인시장으로 넘어가기 직전의 한계상황)을 극복하면서 <시장 확장>에 성공한 예는 너무도 많습니다. 그 성과는 오히려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유튜브가 시청자들을 다 장악했는데 무슨 소리야?"
맞습니다. 유튜브가 TV 만큼이나 시청자가 많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시죠. 유튜브가 시청자가 많은 것(아직도 TV커버리지가 유튜브커버리지보다 더 넓다면 믿지 않으시겠지만)과 유튜브에 마케팅을 한다는 것은 다른 의미입니다.
유튜브는 한 시간마다 500만 시간의 콘텐츠가 새로 탄생되는 거대한 우주 Universe죠. 쉽게 말해서 유튜브에 채널은 수십억 개가 있습니다. 그 모든 채널의 시청자의 합이 TV의 시청자와 비슷해졌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유튜브를 더 많이 보지만 유튜브에서 지배적으로 많은 다수가 보는 채널은 많지 않습니다. 이 채널의 수억 개의 콘텐츠에 모두 광고를 붙여서 노출시키는 것이 비용이 들까요? 아니면 지상파 3사와 TVN, Jtbc 5개 주요 방송사 콘텐츠에만 광고를 붙여서 노출시키는 것이 비용이 들까요?
마케팅 비용은 <시장확대가 목적이라면 TV가 훨씬 적게 듧니다.>
실제 리치 reach(중복을 제외한 시청자의 숫자 또는 비율)은 TV가 훨씬 더 높습니다만, 이점을 제외하고라도 유튜브에 전 국민 커버리지로 광고를 노출하는 것이 비용이 더 듧니다. (그것도 훨씬 많이 들죠. 이 분야는 시청률 조사회사인 닐슨의 3 스크린 시청자 수를 데이터로 확인이 가능합니다만 복잡하므로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유튜브는 전 국민에게 도달하기 위해서 국내에 보유한 전체 채널이 필요합니다. 이를 100개라고 가정하겠습니다.(실제로 수십만 개의 채널이 있지만 이해를 위해서 100개라고 가정하죠). 유튜브에 전국 커버리지로 노출한다면 이 100개 채널에 모두 광고를 집행해야 합니다.
방송 5사(KBS, MBC, SBS, tvN, Jtbc)의 전국커버리지는 5개 채널이죠. (실제 각 방송사의 커버리지는 각기 전국 커버리지가 가능하지만 이해를 위해서 이렇게 가정하겠습니다.) 전국 커버리지를 위해서 이 5개 채널에 광고를 집행하면 됩니다. 유튜브와 방송 5사의 각 채널에 동일한 횟수로 광고를 할 때 전 국민 모두에게 도달할 확률은 방송 5사가 무조건 높습니다. (5200만 명/ 100개 채널 VS 5200만명 / 5개 채널)
이는 각 채널별로 보유하고 있는 시청자 숫자가 틀리기 때문이지요. TV는 최근 종영한 tvN의 <눈물의 여왕> 한 프로그램만 봐도 회당 시청자 수가 1000만 명을 넘었습니다만, 유튜브에서 한 콘텐츠를 회당 1000만 명이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믈론, 유튜브는 누적 시청자수 개념이므로 월간 노출량이 누적되고 TV처럼 1회당 개념이 없습니다.). 전쟁으로 치면 포탄 한 발에 유효살상력이 얼마나 되냐의 차이라고 볼 수 있겠죠.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네요. "그래, 확률은 이해가가. 하지만 유튜브 채널 100개에 광고를 집행하는 비용이 방송 5사에 집행하는 비용보다 더 쌀 수 있잖아!"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인구 1000명당 도달비용은 유튜브와 TV가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특정상품의 경우 유튜브가 더 비싸죠. 그냥 단순히 매출 비교만 해봐도 이해가 가실 겁니다. 유튜브의 국내 광고비는 3조 가량(추정치)라고 합니다. 방송 5사의 국내 광고비는 그 절반도 안되죠. 커버리지나 도달자수는 TV가 훨씬 높은데 말입니다.
마케팅의 목적에 따라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툴을 써야 합니다.
유튜브를 TV의 커버리지와 맞추려면 무수히 많은 채널에 더 많은 광고비 집행을 해야 한다는 점을 말씀드리려고 위와 같은 가정을 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TV는 효과적이고 유튜브는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아까도 전제를 둔 것이 "시장을 확장할 때에는", "전 국민에게 도달하려면"이라는 목표와 목적에 대한 가정이 있었습니다.
마케팅을 할 때 특히 매체를 선택할 때에는 목적에 따라 가장 적합한 매체를 선정해야 한다는 뜻에서 위와 같은 예를 든 것입니다.
유튜브나 인터넷 SNS매체는 목표 타깃 고객에 정확히 도달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전쟁에서 TV는 자주포 사단의 포사격을, 인터넷 광고나 유튜브는 저격병들의 저격을 생각하시면 보다 이해가 쉽겠습니다. 그래서 마케팅 목표고객이 좁고, 소규모인 경우 유튜브와 인터넷광고는 아주 효과가 뛰어납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유튜브를 집행할 때 정확한 타깃과 목표로 한 수용자만을 획득하기 위한 최적 비용을 계산하고 한정된 비용만 투입합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의 채널 도달 구조는 모두 점조직으로 제한된 고객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죠.
한쪽 극단의 처방만을 전제로 한 마케팅 전략은 유효하지 않습니다.
굳이 TV와 유튜브의 마케팅 목적이나 목표고객에 따른 활용의 차이를 언급한 이유는 한극단만을 언급하면서 마케팅의 모든 것인 양, 전가의 보도처럼 이야기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입니다.
소위 자동화 마케팅이라는 프로세스나, 마케팅 전략은 없이 단기 전술만으로 모든 것을 이루어낼 수 있다고 말하는 극단의 전략이나 설루션을 제시하는 사람들을 경계해야합니다. 그런 솔루션이 있었다면 가장 정보력과 경험과 자원이 뛰어난 큰 기업들이 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경험적으로, 역사적으로 이미 아시겠지만, 한눈에 쏙 들어오는 손쉬운 솔루션을 제시하는 많은 사람들이 결국에는 그 주장하는 솔루션을 통해서 다른 이들의 자원을 자신의 자본으로 이전하는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해 왔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암호화폐로 부터, 다단계판매와 주식투자방에 이르기까지 항상 쉬운 솔루션을 정답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말은 균형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
마케팅의 겉모습은 많이 변해왔습니다. 기술과 소비자의 변화에 따라서 끊임없이 적용해야 하는 방법들이 다변화되기 때문입니다. OO 마케팅이란 표제로 서점에서 돌고 있는 새로운 책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이거 하나만 있으면 된다는 이야기들이나 주장도 너무 많죠. 하지만, 마케팅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을 발라내고, 타깃목표 고객을 뽑아내며, 고객을 내편으로 만들기 위한 차별화노력이나 포지셔닝 방법 등 그 본질은 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소위 전략의 근간은 손자병법처럼 변하지 않지만, 그 하위 적용례인 전술단의 변화가 시기에 따라 다양해질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주변에 접하는 많은 분들이 소위 트렌드라는 마케팅전략들을 모든 문제의 해결책으로 주장하시거나, 극단의 방식만이 옳다고 믿고 진행하는 일들이 많아져서 마케팅의 본질에 대한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를 TV와 유튜브로 끌고 와서 해보았습니다. 동네에 장사를 하든, 세계경영의 최전선에서 마케팅을 하든 그 본질이 다르지 않기에 목표와 목적에 맞는 마케팅 툴들을 균형 있게 사용하기를 희망하는 맘으로 잠시 부족한 생각을 두서없이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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