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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가지지 못한 것의 가치

by Market-O-My 2024.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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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 200미터 정도 걸어가면 <장안벚꽃로>이라는 이쁜 도로명이 있는 길이 나옵니다.
저희 집의 주소도 "장안벚꽃로1길"이죠. 서울의 동쪽에 위치한, 광화문 직장까지 10킬로가 채 안 되는 거리에 있지만, 이 정도만 나와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여름입니다.



옆길 중랑천에는 둑길을 따라 수 킬로미터에 걸친 산책로와 운동길이 만들어져있고요. 그 길을 아름드리 벚꽃나무들이 터널처럼 덮고 있는 아름다운 길이죠.

사실 반포에서 살다가 아이들 초등학교(단지 바로 옆에 사립 초등학교가 있어요) 때문에 이리로 이사 온 지 십수 년이 지났는데. 내가 살고 있는 동안에는 이 동네와 이 둑 산책로가, 5월의 화려한 벚꽃 명소로도 알려진 곳이 제게는 별 의미가 없었어요. 그냥 "이런 게 있나 보다. 집 바로 옆에 이런 환경이네..." 정도였을까요? 그런데 금년에 회사일로 지방에 내려가게 되었고, 매일 같이 주어졌던 집주변 환경에서 멀어지게 되었죠. 그러다 보니, 격주에 한번 서울에 올라올 때 집 주변 환경의 혜택을 인지하기 시작하고, "아. 정말 이런 게 너무 좋은 삶의 환경이었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거죠. 사람이란 게 참 이상한 게. 반포에 살 때는 서래 마을 옆 서리풀 공원이나 서초 도서관을 갈 일이 없고, 구반포 체육시설도 이용할 이유가 없었는데. 동대문구로 이사 오면서 그게 아쉽더라고요. "잘 이용할 걸." 똑같은 행동과 생각을 데자뷔처럼 반복하는 이유는 뭘까요?

매일 가지지 못하게 된 장안벚꽃로길의 아름다움을 뒤늦게 발견한 순간. 갑자기 그곳을 누리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오늘은 집에서 나와 200미터 정도 둑 산책로에 위치한 <장안벚꽃길 작은 도서관>에 다녀왔어요. 갑자기 책을 읽고 싶다는 욕구를 핑계로 말이죠. (서울의 장점은 많은 도서관들이 온라인 서비스를 하고 있고, 상당수의 책을 온라인으로 전자 도서 형태로 자유로인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기도 합니다. 대구에 가서야 이사실을 알게 되었죠. 아직 대구 쪽 도서관들은 온라인으로 책 대여 서비스를 해주는 곳은 없는 거 같아요. 혹시, 제가 살고 있는 대구 수성구 도서관 중 온라인 대여 서비스를 해주는 곳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좋겠어요.)

오늘 일요일인데도 점심시간 (13시~14시)를 제외하고는 매일 10시부터 4시까지 열어요. 책을 한 권 빌렸습니다. 대차 대여(다른 동대문구 도서관에 있는 책을 <장안 벚꽃길 작은 도서관>에서 실물로 빌릴 수 있는 서비스도 있으니 많이 이용하시길 바라요.


서두가 너무 길어졌네요.
말하고자 하는 질문의 요지는 이런 것입니다.

내가 가진 것에 대한 가치보다
내가 갖고 싶지만 가지지 못한 것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경제학적으로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효용가치란 개인적으로 차이가 큰 것이므로 그 효용을 획득하기 위해 지불 가능한 의사 표시가 화폐라고 했고, 내 효용을 위해 해당 서비스를 돈을 주고 지불할 만큼의 가치를 가격이라고 했어요. 근데 가격은 상대적이고 가변적이어서, 내가 물 한 병에 1000원이 적정 효용가치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누군가 2000원을 내겠다면 2000원이 시장 가격이 되는 거거든요. 물론 물을 얼마만큼 공급 가능하냐에 따라 또 가격은 달라질 수 있지만, 공급이 일정한 상황에서 물 한 병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수요가 많아지면, 가격이 오르게 되어있는 거죠.



뒤집어 생각하면 시장가격이라는 것은 내가 지불하고자 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라기보다는 상대방이 지불하고자 하는 가격보다 1원이라도 높은 가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의 가치는 상대방의 지불의사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면, 공급과 수요와의 대응 함수를 생각해 본다면 선형 함수가 아닌 지수함수가 되겠네요. 그래서 주식시장에서 특정 주식의 수요가 급등하면 상한가로 올라가버리는 현상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가격의 심리적 가치에 대해 주목했는데요. 사람은 새롭게 획득한 가치보다 가지고 있다가 잃어버린 것에 대한 가치를 더 크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실험에 의하면 약 1.2배 정도 더 손실에 대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사람들은 '손실'을 '수익'보다 더 가치를 두고 있어서 '손실회피 경향'이 생긴다고 합니다. 1000원을 얻는 것보다 1000원을 잃는 것을 120% 더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거죠.

저도 매일매일 집 주변의 환경을 접하면서도 편하다, 아름답다는 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다가 지방에서 근무하게 되어 가끔 서울에 오게 되면서 그 가치를 다시금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다행인 것은 저는 인식의 전환만 한다면 이런 편의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가까이에서 향유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손실'이라고 하기엔 다소 부족한 감이 있네요. 그래도 매일 갈 수 있는 기회가 365회 있다가, 격주로 올라오고 2일 머무르니 주 2회 X 52주 = 104회로 줄었으니 약 70%의 향유 기회를 놓친 거고, 여기에 120%(손실의 심리적 마이너스 충격효과)를 산입하면 84%(70% X 1.2)의 효용 기회 감소가 있었다고 불 수 있겠군요.

이를 간단하게 정리해 보면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은 가치는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지불한 화폐가치와 같거나 높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다가 잃은 것의 경우는 획득한 가치에 비해 120% 마이너스 화폐가치로 인식한다는 결론에 다다르는군요.

그런데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의 가치는 상대방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내가 가지고 있다가 잃는 것에 대한 가치는 명확하게 120% 손실이 나오게 되어있으니, 지금 당장 심리적인 서비스와 상품의 가치를 온전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이를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진 것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면서 말이죠.

그냥 날이 좋아서 동네 꽃길 작은 도서관 가다가 든 생각에 내가 가진 것을 좀 더 소중히 여기고, 일상에서 숨은 가치를 잘 발견해서 온전히 보전하자는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써봤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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