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사는 곳이 미래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소위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가 실제적으로 작동하는 것인가와 상관이 있겠죠.
국내에서는 대치동 집값이 비싼 것도 대치동 학원가에 등원이 용이한 점이 크게 작용하여 수요가 몰리기 때문에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사실도 하나의 원인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마냥 부정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비록 우리나라는 아니지만 미국에서 빅데이터를 통해 빈곤과 불평등을 실증적으로 조사한 분이 있어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이자 하버드대 경제적 기회 연구소 소장인 라즈체티는 계층 간의 불평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한 뛰어난 학자입니다.
그가 빅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계층상승률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별 차이를 시각화했으며, 데이터의 시각화를 위해 '오퍼튜니티 아틀라스(opportunityatlas.org)'를 사용했으며 더욱 자세한 결과를 확인하고 싶다면 오퍼튜너티 아틀라스에 접속해서 특정주소지를 입력하면 훨씬 상세한 내용을 확인해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뉴욕시의 브루클릭 지역을 보면 가구소득에 따른 지역이 표시됩니다. 붉은색은 저소득, 푸른색은 고소득을 의미하죠.
그런데 소위 부자동네와 가난한 동네의 거리는 멀지 않습니다. 그 의미는 무엇일까요?
뉴욕에서는 3-4킬로미터만 이동해도 계층상승의 기회가 크며, 구역단위로 나타나 같은 도시 내에서도 동네에 따라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죠.
그 차이는 주택구획단지별로 나타난다는 것인데요. 뉴욕시의 저소득층 공영주택단지인 반다이크 주택단지의 경우 아이들이 자라나 연평균 18000달러의 소득을 보이는데 이는 일을 하지 않거나 감옥을 간 아이들이 많기 때문이랍니다.
반면 바로 길건너의 네헤미아 주택단지는 연평균 소득이 29000달러에 이르는데 이곳에서 아이들의 성장환경이 크게 달라져서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게 됐고, 그로 인해 삶의 자취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지요.
같은 도시 내, 구에서도 말입니다. 사는 장소에 따라 차이가 생깁니다.
특히 반다이크 주택단지에서 어린 나이에 네헤미아 주택단지로 이동한 아이들의 성장이 확연히 차이가 났다고 합니다. 어린 나이에 이동할수록 더욱 연봉의 상승폭이 더 컸다고 하네요. 반대로 나이가 들어서 이사를 갈수록 소득이 줄었다고 합니다. 20대 이후에 이사를 하면 소득도 아예 늘지 않는다고 하네요.
도표에서 파악된 3가지 핵심적인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아이가 자라는 장소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아이를 겨우 몇 킬로 미터 떨어진 동네로 이사만 가도 아이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합니다.
가난을 벗어나는 경제적 활동을 더욱더 촉진하고자 할 때 다른 시대나 전혀 다른 환경을 살펴볼 필요가 없이 종종 그 답은 몇 킬로 미터 내에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바로 아이가 자라는 장소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지요.
2. 아이들의 미래는 유년기의 거주지가 결정한다고 합니다.
어른이 된 이후보다는 유년기의 자라나는 환경이 더 중요한데요.
3. 용량효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기회가 많은 곳에서 오래 거주할수록 성공의 확률이 더 높아진다고 합니다.
15살보다는 10살, 10살보다는 5살에 더 좋은 곳으로 이사하면
그곳에서 보내는 햇수만큼 장기적인 성과도 개선된다고 하네요.
유년기 전반을 염두에 두면서 아이들에게 더 나은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와 함께 경제적 이동의 가장 주요한 요인들 4가지를 언급하고 있는데요.
이 요인들로 계층상승이 이뤄지고 있다는군요.
1. 낮은 빈곤율과 다양한 소득 수준
잘 사는 동네는 소득 수준이 다양하고 계층상승률이 훨씬 높습니다.
2. 가족 구조의 안정성
양 부모가 있는 가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족구조 자체의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지역 사회 전반의 결혼 문화나 가족구조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에 부합하는 가족 구조가 안정성이 높다는 것이지요.
3.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계층상승률이 높다.
교육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미 실증적으로 확인된 사항입니다.
4. 사회자본이 많을수록 계층상승률이 높다.
사회자본이란 인적, 인프라적 주변 환경을 의미하는데요.
라즈체티 교수는 페이스북과 협력하여 7200만 명을 대상으로 한 페이스북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한 결과 지역별 저소득층과 고소득층간의 상호 교류수위를 측정했고,
'당신이 저소득층이라면 평균소득 이상의 친구의 비율은 얼마나 되는지'를 질문하여
인적 사회자본의 주변 편재 여부를 확인했고 아래와 같이 지도에 표시했습니다.
파란색과 초록색 지역은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사이의 유대감이 높아 서로 친해질 확률이 높은 곳이고요.
빨간색과 주황색으로 된 지역은 계층끼리 단절되어 있는 곳입니다.
공교롭게도 사회자본지도가 미국 계층이동지도와 비슷한 양상을 보입니다.
미국 중부에서는 계층 간 교류가 활발한데요. 이런 지역은 세대 간의 계층 상승률도 가장 높습니다.
위의 데이터를 볼 때 우리는 이런 질문을 할 수 있겠죠.
사회적 자본 즉, 계층 간의 교류가 계층 상승률을 개선하는 원인이 되는가?
고소득자 친구가 많으면 임금을 많이 주는 회사를 소개받을 확률도 높아질 수도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꿈은 주변사람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고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대학에 가거나, 법조계, 과학계, 의학계에 간다면 본인도 그런 꿈을 꾸고 그 길을 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혹은 자원이 풍부한 지역이 더 좋은 상승률을 보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더 좋은 학교, 좋은 도서관, 좋은 공원, 대학 등의 시설이 인맥과는 무관하게 계층상승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죠.
주변의 인적 자원이든 자원이 풍부한 지역이든 사회자본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 또한 데이터 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떠신가요?
미국의 이야기지만, 낯설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우리의 현실도 이럴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일까요?
확실한 것은 모르지만, 주변에 괜찮은 친구들이 많고, 인프라가 갈 갖춰진 동네에 살면 확실히 확률적으로 사회 주류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요?
어느 동네에서 아이들을 키워야 하나 하루라도 빨리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밤이네요.
좋은 하루 마무리하시거나,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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